이름 : 박주영

성별 : 남

나이 : 당시 만 8세

 주영이는 아빠의 유학 기간 중 미국에서 태어났습니다. 또한 주영이는 공부를 마치고 UN에 취직한 아빠를 따라 몽고에서 3년간의 어린 시절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역시 우리 이웃이던 주영이는 민규(case18)와 비슷한 경로로 1994년 9월에 AIT를 받게 되었습니다. 1987년 1월 생인 주영이는 정상보다 1년 늦게 학교에 입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학습이 되질 않는 데에다가 우스꽝스런 말투로 인해 친구들로부터 '맹구'라는 놀림을 받고 있었습니다. 제가 듣기에도 주영이의 말투는 그 당시 한 인기 코메디언이 흉내 내던 맹구의 말투와 너무 흡사했습니다.

 하기 싫다고 우는 주영이를 달래가며 간신히 마친 청각검사 결과, 주영이가 자음들은 잘 듣지 못하는 반면 모음들과 소음들은 매우 크게 듣는 청각을 지니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주영이는 진공청소기, 믹서 등의 소리를 싫어할 수 있습니다"

 하고 제가 알려주자 그의 엄마는 말했습니다.

"맞아요,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진공청소기, 믹서는 물론 아빠가 전기면도기도 사용하지 못해요. 주영이가 귀를 막고 때굴때굴 구르거든요."

 이런 청각을 지닌 주영이가 소음으로 뒤덮인 학교에서 어떤 고통을 당할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피곤한 상태에서 AIT를 받으면 효과가 감소될 수도 있다는 제 말을 들은 주영이 엄마는 주영이를 10일 동안 학교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AIT 7일째 되던 날, 주영이 엄마가 그날 아침에 있었던 일을 제게 말해 주었습니다.

"지금 얘 아빠가 러시아에 출장 중인데 오늘 아침 주영이가 아빠와의 전화통화 도중 '올 때 부메랑 사다 주세요.'하고 말했어요. 전에는 부네단이라고 발음했거든요. 얘 아빠가 깜짝 놀라서 어떻게 주영이 발음이 그렇게 갑자기 정확해졌느냐고 묻는 거에요. 사실 제가 AIT에 관한 얘기를 주영이 아빠한테 하지 않았거든요."

 주영이의 청각이 정상화되었음을 최종청각검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1일 만에 주영이를 학교에 보낸 그의 엄마는 그 날 오후 주영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주영이 담임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오늘 주영이가 내게 오더니 '선생님, 제가 이빨이 아파서 오늘 치과에 가야해요.' 했어요. 솔직히 제가 주영이 말을 한 번에 알아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저는 주영이 어린 시절의 잦은 비행기 여행이 '청각왜곡의 원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