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 민태식

성별 : 남

나이 : 당시 만 19세

 한 명문대학 교수의 장남인 태식이는 1977년 9월 생으로서 저를 처음 만날 당시인 1997년에는 우리 나이로 21세였습니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녔다면 대학 2학년일 태식이는 당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으로서 한 상업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채 (어머니와 함께) 제 사무실로 들어왔습니다. 태식이는 매우 어눌한 말투로 청각검사에 임했으나 검사 자체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태식이는 부정확한 발음과 산만함의 원인이 되는 청각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태식이의 오른쪽 귀는 125 헤르츠의 음을 다른 주파수들에 비해 잘 듣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런 청각을 지닌 이들은 일부 자음들을 잘 듣지 못함으로서 혀짧은 소리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태식이의 왼쪽 귀는 모든 주파수에 걸쳐 검사기에서 나오는 가장 작은 소리까지도 감지할 정도로 극도로 예민하였습니다. 이런 식의 청각은 워낙 넓은 반경으로부터 소리를 감지하다 보니 막상 근처에서 나는 소리는 잘 감지하지 못합니다.

 제가 태식이 청각의 특성을 얘기하자 그의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저도 얘 귀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었어요. 밤중에 제가 안방에서 코만 한번 훌쩍 해도 다른 방에 있던 태식이가 "엄마 왜 울어요?" 하며 달려 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낮 동안 엄청난 양의 소음에 잠식되어 있던 태식이의 왼쪽 귀는 주변이 조용해지는 시간인 밤 혹은 새벽이면 멀리서 나는 조그마한 소리까지도 정확히 듣게 됨으로서 나타난 현상이었습니다.
 

 AIT로서 태식이는 정상범주의 청각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5개월 후 태식이 어머니는 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태식이가 요즘은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알아듣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무슨 말을 하면 "뭐라구?" 하며 되묻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한 10년쯤 전에 AIT를 받았더라면 태식이는 지금 대학생이 되어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