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case5.문세진

이름 : 문세진

성별 : 남

나이 : 당시 만 5년 9개월

 


 세진이는 제가 초창기 때 (1994년 9월) 집에서 AIT를 할 때 만난 어린이였습니다. 여러 대학 병원들로부터 자폐라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세진이였지만 그는 그 전까지 제가 만났던 10여명의 자폐성향 어린이들과는 첫 인상부터가 달랐습니다. 긴장된 표정으로 저를 찾던 다른 어린이들과는 달리 세진이의 표정은 첫날부터 매우 밝았습니다. 그리고 자폐성향 어린이들이 대체로 처음 하루나 이틀간은 AIT 헤드폰 쓰기를 격렬하게 거부하는 데에 반해 세진이는 헤드폰에 대한 거부감도 전혀 없었습니다.

 

 또 한가지 특이한 것은 세진이는 만화영화를 아주 좋아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 집 거실에는 VCR이 있었고 만화영화 비디오테입도 여럿 준비되어 있었는데 다른 어린이들은 신기하게도 만화영화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세진이는 만화영화 비디오테입을 보자마자 그것을 VCR에 집어 넣고 능숙한 솜씨로 작동시키더니 소리 내어 웃으며 너무도 재미있게 보는 것이었습니다.


 

 세진이는 상대방의 말을 제법 잘 알아들었지만 자신은 말을 마치 러시아어와 같은 함으로서 다른 사람들은 (그의 부모들조차도) 그의 말을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베라르 박사에게 배운 바에 의하면 세진이는 오른쪽 귀와 왼쪽 귀의 청각이 서로 엇갈려서 자음과 모음을 각각 다른 귀로 듣는 식의 청각을 지니고 있는 어린이었습니다.

 


 청각검사 없이 AIT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직장 일을 보아야 했으므로 제 대신 AIT 장치를 작동시키는 일을 맡고 있던 제 집사람이 세진이의 AIT가 7일째 되던 날 오전 제 사무실로 전화를 했습니다

    "세진이가 말을 해요!"

 그날 아침 우리 집에서 그의 엄마가 거실의 비디오테입들을 가리키며 그 제목들을 읽어주자 세진이가 '신데렐라', '피노키오' 하며 정확한 발음으로 따라하는 것을 보고 제 집사람이 놀라서 제게 전화를 한 것이었습니다. AIT 기간 중에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인 어린이는 세진이가 처음이었기에 저도 놀랐습니다.

 

 그의 엄마에 따르면 세진이가 전날 저녁부터 갑자기 '전화기', '에어컨' 등의 발음을 정확히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세진이 부모와 한 집에 살고 있던 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세진이의 말이 트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시곤

    "그렇게 좋은 걸 왜 열흘만 해 주냐? 좀 더 해 달라고 네가 가서 졸라봐라."

하고 며느리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세진이는 AIT를 마치고 돌아간 후 저와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러나 약 1년 후 저는 세진이와 언어치료를 함께 받은 적이 있다는 한 어린이의 엄마를 통해 세진이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세진이가 아주 많이 좋아져서 1995년 3월부터는 일반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으며 그의 부모가 세진이의 새 출발을 위해 집 전화번호까지 바꾸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저는 의사인 세진이 아빠가 어느 병원에서 근무하는지 알고 있었으므로 그를 통하면 세진이에 관한 보다 정확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겠지만 과거를 잊고 싶어하는 그들의 뜻을 존중해 주기 위해 연락을 취하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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