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case10.이준희

성명 : 이준희

성별 : 남

나이 : 당시 만 3년 5개월

 
(청각검사 안 됨)
 

 아빠가 유명 연예인인 준희는 엄청나게 활동량이 많은 어린이였으며 만 3세가 넘었음에도 엄마 아빠 조차 못할 정도로 언어가 전혀 안 되는 어린이었습니다. AIT가 시작되기 전에 제가 엄마와 잠시 상담을 하는 사이에 준희는 번개같은 동작으로 제 사무실을 쑥밭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AIT가 시작되자 준희는 맹렬히 울며 헤드폰 쓰기를 거부했으나 약 10분 후부터는 울기만 할 뿐 헤드폰을 벗으려 하지는 않았습니다. 준희가 헤드폰을 쓴 채 앉아있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던 준희의 부모들은 30분 간의 AIT를 마치고 대기실로 나오는 준희를 신기하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첫날 만 울 뿐 다음 날부터는 즐겁게 AIT에 임하는 반면 준희는 3일간을 계속 울어서 부모를 불안하게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완공되기 전이어서 일산에 살고 있던 준희 부모는 올림픽도로를 거쳐 경부고속도로를 통하여 분당의 제 사무실로 다녔습니다. 그런데 처음 며칠간은 올림픽도로에서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하는 순간부터 준희는 이곳으로 오는 것을 눈치채곤 울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준희가 4일째부터는 명랑하고 활달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AIT 5일째 되던 날부터는 오히려 예전보다도 더욱 산만한 행동을 보여 부모를 근심시켰습니다. AIT 6일째 되던 날 준희 아빠가 제게 말했습니다.

    "이것이 일시적 현상이라면 다행이지만 만약 얘가 앞으로도 계속 이런다면 저는 못 살 것 같습니다."

 그의 아빠에 따르면 준희가 이전보다도 더욱 활동량이 많아졌으며 이제는 아무에게나 주먹까지 휘두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제 사무실에서도 준희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다른 아이들을 마구 때렸습니다. 저는 우선 준희 아빠를 안심시켰습니다.

    "AIT 기간 중 아이들이 더욱 산만해 지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입니다. 이런 행동들은 보통 3일 정도 계속되다가 가라앉으니 하루, 이틀만 참으세요."

 AIT 8일째 되던 날 아빠와 함께 제 사무실로 들어온 준희는 어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어디가 많이 아픈 아이처럼 조용히 들어오더니 꼼짝도 않고 앉아서 30분간 음악을 듣는 것이었습니다. 전처럼 옆의 어린이를 건드리지도 않았으며 자신의 유일한 언어인 "뛰, 뛰" 소리도 내지 않았습니다. 아빠가 제가 알려주었습니다.

 

"소장님 말씀처럼 얘가 오늘 아침부터 마치 다른 아이가 된 것 같아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갑자기 이렇게 얌전해 졌으니 참 신기한 노릇이네요. 얘의 이런 모습은 저도 처음 봅니다."

 

 준희는 처음에 비해 매우 차분해진 모습으로 마지막 3일간의 AIT를 마친 후 돌아갔습니다.


 

 그 후 저는 자녀를 준희와 같은 교육기관에 보내고 있는 부모들을 통해 준희가 많이 좋아졌다는 소식을 종종 듣기는 했으나 직접 그의 부모를 통해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AIT가 끝난지 1년 정도 지난 후 준희네가 저희 집 근처로 이사를 오는 바람에 준희와 그의 부모들을 다시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준희와 함께 외출하던 중 저와 우연히 마주친 준희 엄마가 제게 말했습니다.

    "우리 준희가 이제는 말을 해요. 준희야, '선생님 안녕하세요' 해야지."

 준희도 저를 기억하는지 반가운 표정으로 "안녕하세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제가 묻는 몇 마디 말에 적절히 대답하는 것으로 보아 언어가 많이 발전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직 발음이 약간 어눌하기는 했으나 불과 1년전에 "뛰, 뛰" 소리밖에는 못하던 어린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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