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case1.성준석

성명 : 성준석

성별 : 남

나이 : 당시 만 24세


 묻는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허공만 바라보는 준석이를 보며 저는 그가 약간 지능이 떨어지는 청년일 것이라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준석이 아버지가 큰 사업체를 운영하고 계신 성공적인 기업인이지만 하나뿐인 아들이 변변치 못하여 너무도 속상해 한다고 제게 전혀 주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준석이가 청각검사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장애가 심한 청년으로 여겼으나 그가 대학(2년 제)도 졸업했고 군대(방위)도 갔다 왔다는 그이 어머니 말을 듣고 청각검사를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어머니의 애원으로 마지 못해 청각검사에 임하는 준석이 얼굴에서 저는 이런 것을 무엇 때문에 해야 하는가 하는 비아냥거림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보통 어린이들 같으면 2초 이내에 튀어나오는 대답이 그로부터는 15초씩이나 걸렸으므로 그의 청각을 검사하는 저에게도 대단한 인내가 요구되었습니다.

 

 오른쪽 귀 청각검사에서 그가 자음의 주파수인 1000 헤르츠 이하의 소리들을 상대적으로 잘 듣지 못함으로서 분명치 못한 발음을 하게 되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저는 이미 그의 말투를 통해 그가 오른쪽 귀에 이런 식의 청각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었기에 그 검사결과는 저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곧 이어 행해진 왼쪽 귀 청각검사에서 저는 의외의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왼쪽 귀 그래프는 그가 자살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청각검사를 끝낸 후 저는 그의 어머니에게 준석이가 지닌 문제들에 대해 알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준석이의 언어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시겠지만 더욱 시급한 것은 그에게 살고 싶다는 의욕을 가지게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살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면 언어는 스스로도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는 말했습니다.

    "어떻게 아셨죠? 얘는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요."

 바로 그 순간 준석이가 이렇게 외쳤습니다.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데 이런 걸 해서 뭐해!"

 제가 그의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준석이를 데리고 신경정신과에 가 보신 적이 있나요? 보통 이런 경우에 신경정신과를 많이 찾는데......"

 그의 어머니가 대답했습니다.

    "제가 약사입니다. 저는 신경정신과에서 어떤 약을 주는지 너무도 잘 압니다. 그래서 저는 제 아들을 신경정신과에 한 번도 데리고 간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절대 가지 않을 거구요."

 계속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하며 투덜대고 있는 준석이에게 제가 나무라듯이 말했습니다.

    "이 더운 날씨(6월 말)에 너를 위해 고생하시는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아무 소리말고 10일 동안만 이곳에 다녀."


 그로부터 며칠 후 시작된 AIT는 순조롭게 끝났으며 준석이의 최종 청각검사 그래프에서도 특별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AIT 마지막 날 제가 준석이 어머니에게 최근 준석이가 별 특별한 행동은 보이지 않았는가를 묻자 그녀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어제 준석이 여동생이 준석이가 TV를 보고 있는데 실수로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렸어요. 다른 때 같았으면 난리가 났을텐데 어제는 준석이가 가만히 있는 거예요. 새벽 2시 이전에는 자지 않던 애가 요즘은 밤 11시만 되면 자구요."

"죽고 싶다는 얘기는 아직도 하나요?" 하고 제가 묻자 그의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요 근래 며칠 동안은 들어보지 못했는데 좀 더 두고 봐야겠죠."

 그 다음 해 봄, 저는 준석이 어머니로부터 다음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준석이는 요즘 아빠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저는 아직 잘 못 느끼겠는데 동생이 이제는 오빠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있다는 걸 보니 말투도 많이 좋아졌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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