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5개 감각기관(눈, 코, 귀. 입, 피부)이 전달하는 정보는 뇌를 활동하게 하는 주된 원동력입니다. 그 5개의 감각기관들 중 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관은 눈인 것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믿고 있지만 두뇌활동에 있어서 귀가 차지하는 비중은 눈과 비교할 수 없게 큽니다.

하루 24시간 일하는 귀

 우선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눈과는 달리 귀는 단 1초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뇌로 소리(청각정보)를 전달합니다. 예를 들어, 철수와 영수 그리고 민수 이렇게 3명이 함께 잠을 자고 있을 때 "철수야" 하고 부르면 다른 두 명은 계속 자는 반면 당사자인 철수는 깨어납니다. 이것은 3명 모두 소리를 들었지만 철수를 제외한 두명은 자기에게 필요한 소리가 아니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계속 잠을 자는 반면 당사자인 철수는 자기를 부르는 소리임을 깨달았으므로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귀는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단순히 소리를 들을 뿐 아니라 자기에게 필요한 소리인가를 분별하기까지 한다는 증거입니다. 우리가 만약 8시간 동안 한 번도 깨지 않고 잠을 잤다면 이것은 귀가 함께 잠을 잔 것이 아니라 8시간 동안 계속 소리의 정보를 뇌로 전달하며 우리로 하여금 잠을 잘 수 있도록 도왔음을 의미합니다.

뇌가 죽어도 살아있는 기관

 눈을 포함한 우리 몸의 거의 모든 기관들은 뇌에 종속되어 있으므로 뇌가 죽으면 즉, 그 당사자가 뇌사상태에 빠지면 함께 활동을 멈춥니다. 즉, 뇌사상태의 사람은 볼 수도 없고 냄새나 맛을 느낄 수 없으며 피부에도 전혀 감각이 없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귀는 뇌가 이미 죽었음에도 심장이 멈추는 그 순간까지 활동을 계속합니다. 그 당사자는 소리가 들리더라도 뇌가 활동하지 않으므로 복잡한 계산은 할 수 없겠지만 귀는 그 당사자가 심장을 통해 반가움, 위협 등의 감성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뇌가 죽어도 귀는 살아있다는 것은 "귀는 뇌에 종속되어 있는 기관들 중 하나가 아니라 뇌활동을 주도해 가는 매우 독특하고 중요한 기관"임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청각대로 살아간다

 이처럼 귀가 뇌에 미치는 영향이 지속적이고 절대적이다 보니 단지 그 사람의 청각상태를 점검하는 것만으로 그 사람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예전에 베라르 박사는 프랑스의 초등학교 한 학급을 선정하여 그 학급 어린이들 전체를 대상으로 청각검사를 행한 후 그 결과만을 가지고 그 어린이들의 성적, 학교생활 등을 모두 맞춘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베라르 박사에게 직접 들은 또 다른 에피소드를 소개합니다:

 1990년대 초반 로키산맥 관광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베라르 박사는 당시 ARI(Autism Research Institute) 회장이던 림랜드 박사로부터 급한 요청을 받고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의 한 대학병원에서 그 병원 정신과의사들에게 AIT에 대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관광 대신 강의를 하게 된 베라르 박사도 마음이 불편했지만 림랜드 박사의 호출로 갑작스럽게 소집되어 한 프랑스 시골의사의 강의를 듣게 된 그곳 의사들 역시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맥빠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베라르 박사는 그들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게 됩니다:

"이 병원에 입원중인 환자를 아무나 한 명 제게 데려오면 제가 청각검사를 통해 그의 증세를 맞추겠습니다"

 잠시후 그들이 데려온 20대 남자환자의 청각을 검사한 베라르 박사는 말했습니다:

"이 사람은 자살성향이 있으며 천식 알레르기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순간부터 그 의사들의 태도가 180도 바뀌어 진지하고 열띤 분위기 속에서 강의를 마쳤다고 합니다.

후천적 청각변형

 우수한 성적으로 학업을 마치고 좋은 직업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후 청각에 변형이 생겨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습니다. 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특히 방송계 종사자들이나 치과의사들 중에 변형된 청각을 지닌 이들이 많습니다. 방송계 종사자들은 과도한 헤드셋 사용이, 치과의사들은 치료용 드릴소리가 그 원인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럴 경우에는 주로 청각이 과민한 쪽으로 변화되는데 과민한 청각은 만성두통, 불면증, 신경쇠약, 우울증 등을 일으키며 그 당사자를 서서히 고통과 혼란 속으로 몰고갑니다.

 모범생이던 학생이 청각이 변형되면서 성적이 떨어지고 성격까지 거칠어져 문제학생으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현대인들의 청각을 망가뜨리는 주범중의 주범은 이어폰인데 지하철 안에서 보면 이어폰을 쓴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훨씬 많으니 참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제해결의 올바른 순서

 자폐성향 어린이들이 음식점, 미장원 등 특정장소를 유난히 싫어하는 것은 접시 부딛치는 소리, 헤어드라이어 소리 등이 그들에게는 너무 괴롭기 때문입니다. 뚜렷한 이유없이 학습에 곤란을 겪는 어린이들의 청각을 검사해보면 그들 모두도 과민한 청각을 지니고 있음이 확인됩니다. 우울증이나 불면증에 시달리는 성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소아정신과 혹은 정신과 치료영역으로 분류되는 증세들 대부분이 잘못된 (혹은 왜곡된) 청각에 그 문제의 뿌리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다루는 데에 있어서 청각을 배제하는 것은 큰 오류입니다. 청각을 건너 뛴 채 다른 곳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 있으니 정확한 진단이 나올 수 없고 만족스런 치료는 기대할 수 조차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청각검사, 원인파악의 지름길입니다. 청각교정, 문제해결의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

 이 글을 혹시 정신과 전문의나 정서장애 전문가가 읽는다면 매우 분개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난 19년간 1만명이 넘는 대상들을 통해 "청각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베라르 박사의 이론이 사실임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저의 이 주장에 반박하고 싶으신 분은 저에게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청각검사를 통해 확인시켜 드리겠습니다. 베라르 방식의 청각검사에는 일반 청각검사기(audiometer)가 사용되며 검사시간은 한 명당 20분 정도입니다.

베라르연구소 소장 송승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