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과민청각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자 2014-01-28
조회수 2575

과민청각


 

벌레 기어가는 소리


 

 제가 50명 정도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청각에 관한 강의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어폰/헤드폰 사용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 그날 강의의 목적이었습니다. 강의 중 저는 그들에게 이어폰/헤드폰을 사용하면 벌레 기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청각이 과민해 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강의가 끝난 후 사회자가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벌레 기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사람 손들어 봐요” 그러자 실제로 그들 중 3분의 1 가량이 손을 들었습니다.


 

 벌레 기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청각이 과민한 것은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그런 청각의 당사자들은 냉장고 소리, 옆집 세탁기 소리, 윗집 TV 소리 등으로 인해 큰 불편과 혼란을 겪으며 심지어는 심한 고통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정신과 치료를 받기까지 합니다.


 

 학생들의 경우에는 교실에서도 각종 소음들(책상 삐걱거리는 소리, 분필 소리 등)로 인해 막상 선생님 목소리는 잘 듣지 못하므로 학습효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뚜렷한 이유 없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청각을 검사해 보면 예외 없이 과민한 청각이 확인됩니다.


 


 

과민청각 사례들


 

 제가 실제로 겪었던 사례들 몇을 소개합니다. (모든 이름들은 가명입니다.)


 

    <사례 1> 진수(중학교 1학년 남학생)

    엄마 : 그럼 진짠가? 이 녀석이 밤만 되면 윗집 싸움하는 소리 때문에 공부를 못하겠다고 해서 저는 거짓말하지 말라고 야단만 쳤죠.

    진수 : 나는 윗집 TV 채널 바꾸는 소리까지 들려.


     

    <사례 2> 명호(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

    명호 : 나는 윗집 개가 바닥 긁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엄마 : 윗집에 개가 있어?


     

    <사례 3> 준재(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

    준재 : 맞아요, 나는 옆집 소리가 다 들려요.

    엄마 : 근데 왜 얘기 안 했어?

    준재 : 난 엄마도 듣는 줄 알았죠.


     

    <사례 4> 지연(중학교 2학년 여학생)

    “듣기평가시험 때 감독 선생님 손톱 깎는 소리 때문에 시험을 망쳤어요. 그런데 시험 끝난 후 친구들은 아무도 선생님 손톱 깎는 소리를 못 들었대요.”


     

    <사례 5> 창규(중학교 1학년 남학생)

    (10일간 AIT를 마치고 최종검사에서 청각정상화가 확인된 후 “뭐 달라진 게 있니?” 하고 내가 묻자,)

    “아뇨, 그런데 요즘은 아빠가 코를 안 골아서 내가 잠을 잘 자요.”


 


 

일반인과 다른 소음환경


 

 과민한 청각을 지닌 사람들은 우리와 매우 다른 소음의 환경에 살게 됩니다. 창문이 열렸을 우리에게 들리는 소음이 창문이 닫혀있는 상태에서도 그들에게는 들린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낮 동안 온갖 소음에 둘러싸여 있던 그들에게 밤이 되어 주변이 조용해지면 그때부터는 멀리서 나는 소리들이 또렷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창규(사례 5) 아빠의 코골이가 갑자기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창규가 과민청각이 바로잡히면서 다른 방에서 나던 아빠의 코고는 소리가 더 이상은 들리지 않게 된 것입니다. 지연이(사례 4)의 경우도 감독선생님이 시험시간 중에 손톱을 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소리가 시험에 방해될 정도로 크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지연이는 과민청각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보고 만 것입니다. 밤마다 일정한 시간에 잠을 깨서 우는 어린이들이 많은데 이 역시도 특정한 시간에 나는 소음(청소차 작업소리 등)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민청각 어린이의 청각그래프


 

 다음은 며칠 전 AIT를 마친 김유미(가명, 여, 만 8세)와 한승수(가명, 남, 만 12세)의 청각그래프입니다. (둘 모두 장치를 대여하여 집에서 AIT를 받았으며 승수는 2013년 12월 17일에 AIT를 마쳤으나 2014년 1월 3일에 최종검사를 받았습니다,)


 


 



 


 


     * 가로수치(125 ~ 8000)는 주파수(헤르츠), 세로수치(-10 ~ 100)는 소리크기(데시벨).

     * 좌측 그래프는 우측 귀, 우측 그래프는 좌측 귀.

     * 상단은 AIT 이전의 그래프, 하단은 AIT 이후의 그래프.

     * 검사의 모든 과정은 보호자 입회 하에 진행됨.


 

 유미와 승수의 AIT 이전 청각은 거의 모든 주파수의 소리들을 -10 데시벨의 작은 소리까지도 듣고 있는 극도로 예민한 청각입니다. -10 데시벨은 청각검사기의 최소볼륨이므로 -10 데시벨이 들린다는 것은 그보다 더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AIT 이후, 둘 모두 완벽한 청각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자폐성향 어린이들의 과민청각


 

 위에 소개한 어린이들은 다행히 예, 아니오 정도의 의사표현이 가능하여 청각검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자폐성향 어린이들 대부분은 의사표현능력이 부족하여 청각검사에 정확히 반응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검사가 이루어지는 그 극소수의 어린이들 모두에게서는 유미나 승수처럼 과민한 청각이 확인됩니다.


 

 자폐성향 어린이들이 특정 소리에 귀를 막고 괴로워하는 것은 심리적 요인 때문이 아닙니다. 위의 어린이들처럼 -10 데시벨 크기의 소리까지도 들리는 과민한 청각이 귀 막는 행동의 원인인 것입니다.


 


 

베라르연구소 송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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